"그래서 이제 뭐 하려고?"
퇴사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다.
나는 데이터리안이라는 데이터 분석 교육 회사에서 5년을 일했다.
정확히 말하면 창업 멤버로 5년을 함께했고, 그보다 전부터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시간까지 합치면 거의 7년을 함께했다.
인생의 1/3을 함께한 회사를 졸업한 지금, 다음 스텝을 어디로 밟아나갈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조금이나마 기록을 남겨보는 건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브런치에라도 글을 좀 올려보려고 한다. (글을 좀 쓰다보면 뭐라도 하고 싶은 게 생기지 않을까?)
퇴사하는 날 동료들에게 받은 예쁜 꽃다발
사실 처음부터 창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다.
문창과를 나와 시를 쓰다가 데이터 분석가가 되었고, 그러다 우연히 시작한 작은 프로젝트가 회사가 되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5년이 지나 있었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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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분석했고, 강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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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만들고 인스타그램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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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를 배워서 메타 광고를 돌렸고, 100개가 넘는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바이럴 마케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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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들을 만나 인터뷰했고, 매달 세미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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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밋업과 북토크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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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을 다시 배워서 직접 코드를 고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잘할 줄 알았던 일은 하나도 없었다.
광고를 처음 세팅할 때는 랜딩 페이지를 잘못 연결하기도 했고, 마감 시간을 잘못 설정하기도 했다. 개발은 예전에 한 번 포기했던 일이었고,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것도 처음에는 매번 긴장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나씩 해볼 때마다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났다.
처음에는 데이터 분석가였는데, 어느 순간 마케팅을 하고 있었고, 마케팅을 하다 보니 세일즈와 제품을 이해하게 됐고, 제품을 이해하다 보니 개발까지 배우게 됐다. 5년 동안 그렇게 별의별 일을 다 했다.
그리고 퇴사를 하고 나서야 조금씩 알게 됐다.
내가 5년 동안 배운 건 각각의 직무에서 해야할 일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사람을 만나는 법을 배웠고, 좋은 제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법을 배웠고,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해보는 법을 배웠다. 실패했을 때 다시 해보는 법도 배웠고, 혼자 잘하는 것보다 함께 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배웠다.
무엇보다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잘하는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 됐다.
퇴사한 후 이제 겨우 한달이 지났다.
잘 쉬고 정신을 차려서 지난 5년을 돌이켜보니, 기억에 남는 건 거창한 성과보다 아주 사소한 순간들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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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수강생에게 인터뷰를 부탁하려고 슬랙 메시지를 몇 번이나 고쳐 쓰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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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내가 만든 광고에서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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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분과 페어코딩을 하면서 처음으로 코드를 이해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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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준비하고 무대 위에서 대기하며 참가자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바라보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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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이걸 다음 달에도 또 한다고?" 생각했던 날들.
아마 대단한 성공담보다는 별것 아닌 혼자만의 추억 여행 이야기가 더 많을 것이고, 멋지고 대단한 전략보다는 그때는 왜 그렇게 했을까 싶은 선택에 대한 이야기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의 내가 기억하는 만큼은 솔직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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